Beautiful pink building in Freiburg with colorful climbing flowers and classic European architecture.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공간

우리는 늘 뭔가를 ‘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 말해야 할 것, 보여줘야 할 모습. 그래서인지…

우리는 늘 뭔가를 ‘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 말해야 할 것, 보여줘야 할 모습. 그래서인지 진짜 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찾아옵니다. 저는 독일의 조용한 도시와 자연을 여행하며 처음으로 그런 공간들을 만났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했던 그곳들. 이 글은 그런 공간이 나에게 준 조용한 위로의 기록입니다.

존재 자체로 괜찮았던 프라이부르크의 공원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블랙 포레스트 초입에 있는 소박한 도시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저는 피곤했고, 감정도 무뎌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가만히 앉아 있던 그 시간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풍경을 찍지도 않았고, 일기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습니다. 그 공간은 아무 행동도 요구하지 않았고, 아무 평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공간에서 나는 비로소 스스로를 놓아줄 수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과 침묵만으로 충분했던 뤼벡의 아침

북부 독일의 항구 도시 뤼벡(Lübeck)은 흐르는 운하만큼이나 조용한 기운을 지닌 도시입니다. 그곳의 어느 아침, 저는 오래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창밖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가게 안은 말없이 고요했습니다.

주문도, 대화도 없이 흘러간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조용한 공간에서 저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괜찮다”는 감정.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 경험은 도시의 겉모습보다 더 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강을 바라보다가 눈물이 났던 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의 넥카 강변은 많은 이들의 ‘감정적 쉼터’가 되는 곳입니다. 저도 그 풍경 앞에 앉아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그건 슬퍼서가 아니라, 그냥 감정이 허락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그 공간은 나에게 “지금 이 감정을 느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감각은,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순한 언어였습니다.

위로란, 누군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말해주는 것

우리는 누군가의 말보다, 어떤 공간의 분위기에 더 깊이 위로받기도 합니다. 독일의 조용한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말이 없는 위로’를 줍니다. 공간이 먼저 다가와서 “그냥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기운.

그런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감정은 흐르고, 마음은 정리됩니다. 위로는 누군가가 주는 말보다, 내가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비롯됩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기를

모든 걸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괜찮은 곳. 아무 말도, 아무 계획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견뎌낼 수 있습니다. 독일 여행에서 만난 그 공간들은 저에게 그러한 의미였습니다.

그 조용한 공간들은 지금도 제 마음 안에 작은 안식처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그런 장소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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