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에서 만난 죄책감과 용서

쾰른 대성당(Kölner Dom)은 독일을 대표하는 고딕 성당 중 하나입니다. 그 웅장함이 주는 경외감은 단순히 건축미를 넘어,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내 안의 죄책감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용서를 향한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쾰른 대성당은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내면 치유의 장소였습니다.

고딕 건축 속에서 느낀 무력감과 죄책감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고개가 저절로 위로 향했습니다. 높고 섬세한 아치, 스테인드글라스에 스며든 빛, 차분한 은빛의 조각상. 그 안에서 저는 문득 “나는 아직 이만큼 깊이 용서받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실수부터 사람에게 말할 수 없었던 잘못까지, 무의식의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죄책감들은 그곳의 침묵 속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공간은 죄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도록 요구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고요함이 더 강하게 다가올수록, 내면의 고통도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건넨 빛의 메시지

쾰른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히 장식이 아닙니다. 그 창문을 통과한 빛은 고요한 공간을 따뜻하게 물들이며, 방문객의 마음을 비춥니다. 저는 한적한 오후에 빛이 흐르는 창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햇살이 유리 위에 작은 무지개를 만들고, 그 빛이 제 표정에도 묻어났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마음속 한켠이 포근해지며 ‘죄책감’을 넘어서는 용서의 감정이 피어났습니다. 빛은 무언의 위로였고, 스스로에게도 온기가 전해졌습니다.

기도보다 중요한, 침묵 속 자기 인정

많은 사람들이 성당에서 기도하거나 소원을 빕니다. 하지만 저는 그곳에서 기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했습니다. 바로 ‘나의 존재와 감정 인정’입니다. 쾰른 대성당은 너무나 웅장해 그 앞에서 말이 없어도 충분했습니다.

침묵 속에 스스로 “내가 이만큼 아팠구나”, “잘못했지만 용서받을 자격이 있구나”라는 내면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그 대화는 어떤 기도보다 깊고, 어떤 언어보다 진했습니다.

용서는 성당이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된다

쾰른 대성당이 준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용서는 신이나 장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고딕 건축의 침묵 속에서 혼자 마주했던 그 고백은, 이후의 제 삶에도 큰 잔향으로 남았습니다.

성당을 나서기 전, 저는 고개를 들어 마지막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빛은 여전히 따뜻했으며, 저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괜찮아, 그동안 참 힘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