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도시엔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유독 마음이 가는 도시가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특별한 추억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 위로받는 느낌이…
사람마다 유독 마음이 가는 도시가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특별한 추억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 위로받는 느낌이 드는 도시. 저는 오랫동안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단순히 경치가 좋아서, 맛집이 많아서, 사진이 잘 나와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에는 ‘감정의 결’이 맞아떨어지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요.
Table of Contents
감정이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
우리는 도시에 대한 인상을 시각 정보로 기억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중심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의 햇살, 커피 향기, 오래 걷고 지쳐 앉았던 벤치, 그리고 그때 스쳐간 생각. 그것들이 도시의 이미지로 각인되죠.
프라이부르크를 처음 찾았을 때가 그랬습니다. 저는 블랙 포레스트 언저리에 있는 그 작은 도시에서 묘한 감정적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시장을 한 바퀴 돌고,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도시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이 ‘감정적으로 나와 닮은 도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도시가 말을 걸어올 때
도시는 소리 없는 언어로 말을 겁니다. 특히 감정이 예민해졌을 때, 조용한 도시의 분위기는 무의식에 스며들어와 내면의 질문을 꺼내줍니다. 하이델베르크에서는 유난히 ‘나는 지금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낡은 돌담과 고요한 거리, 강물 소리가 그 질문을 자꾸 제 안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도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나를 마주하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도시가 자꾸 떠오르고, 다시 찾고 싶어지는 겁니다.
좋아하는 도시가 주는 감정의 거울
도시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누구에게는 추억이고, 누구에게는 이별이며, 누구에게는 회복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도시를 좋아하는지는, 내가 어떤 감정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뤼벡은 저에게 그러한 감정의 거울이었습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편안함, 말하지 않아도 위로받는 느낌. 그 도시는 제가 평소 억눌렀던 감정을 천천히 받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지 ‘분위기’ 때문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엔 내 마음이 머물러 있다
좋아하는 도시는 감정이 머문 곳입니다. 마음이 먼저 도착했고, 몸이 그 뒤를 따라간 공간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 도시를 떠나온 후에도 마음이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때로는 지도를 펼쳐보며 그곳의 길을 되짚고, 카페 이름을 검색해 보며 다시 그 공기를 상상합니다.
그 감정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거기서 나는 괜찮았다’는 기억입니다. 그런 기억이 쌓이면, 그 도시는 내 안의 쉼표가 됩니다. 그리고 그 쉼표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