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wilight cityscape of Baden, Switzerland with historic architecture and skyline.

왜 나는 이 도시에 끌리는가

어떤 도시는 이름조차 낯설고, 어떤 도시는 이미 익숙한 듯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떠오르고,…

어떤 도시는 이름조차 낯설고, 어떤 도시는 이미 익숙한 듯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떠오르고, 가보고 싶고, 그곳에 머물고 싶은 도시. 우리는 왜 어떤 특정 도시에 그렇게 끌리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지도나 날씨, 관광 정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결과 무의식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이 글은 왜 나는 이 도시에 끌리는가에 대해 감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합니다.

논리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감정의 선택

처음 프라이부르크라는 도시 이름을 봤을 때 저는 ‘왜인지 끌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정보를 본 것도 아니었고, 유명한 관광지라는 이미지도 아니었지만, 감정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우리는 때로 도시를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선택합니다.

이성은 거리와 교통편, 숙소와 일정표를 따지지만, 감정은 단 한 장의 이미지, 한 줄의 문장,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반응합니다. 그리고 그 반응이 지속될수록, 도시는 감정의 상징이 됩니다.

도시가 나의 감정을 대변해 줄 때

하이델베르크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이 도시는 나를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계단을 오르며 느껴지는 적당한 고독, 강 건너 산자락 너머의 부드러운 실루엣, 붉은 지붕이 지닌 따뜻함. 그 모든 풍경은 제 감정과 완벽히 겹쳐졌습니다.

도시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도시의 분위기가 내 감정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끌렸고,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무의식이 기억하는 공간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많은 공간을 거치며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의 집, 처음 울었던 놀이터, 첫사랑과 걸었던 거리. 이런 공간은 우리의 무의식에 쌓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비슷한 결의 도시를 마주했을 때, 무의식이 먼저 반응합니다.

바덴바덴에서 느꼈던 이상한 안정감도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따뜻한 색감, 조용한 거리를 걷는 중에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건 어쩌면, 무의식 속 기억과 감정이 그 도시의 공기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도시는 사려 깊고 조용하며, 어떤 도시는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을 대하듯 도시와도 감정적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쾰른 대성당 앞에 서 있었을 때 저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경외심보다도 반가움이 먼저였고, 그 공간이 제 감정을 조용히 안아주는 듯했습니다. 그 도시에 끌린 이유는, 제 감정을 알아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도시는 나를 비추는 감정의 거울

왜 나는 이 도시에 끌릴까? 그 답은 그 도시가 ‘지금의 나’를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그 모든 것이 도시라는 공간에 투영됩니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우리는 도시와 동시에,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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